고만고만한 인생의 회계와 일상의 우수에 젖은 나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수임하는 것을 꿈꾼다. 그것 중 하나는 내가 알던 나는 내가 아니었고 나는 특별한 임무를 띈 에이전트임을 알게 된 것으로 나의 인생을 전부 리셋하는 사건인데…

영화 토탈리콜과 같이 기억을 심는 것이 5년 내 가능하다는 산업연구원의 자료를 검토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등장하는 등 해당분야의 그간의 연구 성과가 상세히 소개 되어 있는 자료다. 우선은 단순 체험형이라한다. 완전한 기억의 삽입 방법이라기 보단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체험형 오감 가상현실을 이용해 실제 있었던 일인 듯 ‘기억’을 제공한다는 것. (참고: 한국경제 2014-01-21)

상세한 기술적 방법을 살펴보기 보단 삽화적 기억, 뇌와 저장개념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20년 전에 본 영화 토탈리콜을 어떻게 기억해 내는 것일까? 토탈리콜은 우리 기억 속 하드디스크에 500원 내고 다운로드 받은 동영상처럼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미 충분히 연구된 바에 따르면 ‘기억’이라는 전체 컨텐츠를 녹음기에 녹음하듯 관람케 하거나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담화의 기본 구조로서의 키워드와 그에 매칭 되는 이미지의 해석 자료만 망막상 혹은 시신경에 제시해 주면 된다. 나머지는 인간의 뇌, 의도, 몸, 스토리 구성 능력이 알아서 자동으로 복잡한 기억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쌍방향 적인 인지적 원리를 생각하면 기억의 직접 삽입은 오히려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는 요란한 가상현실과 같은 체험형 기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마치 최면을 걸 듯,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기억의 구성을 위한 최소한의 구조만 설정해 놓으면 된다. 우리는 양자 컴퓨터와 신경망 컴퓨터 보다 더 뛰어난, 고성능의, 복잡다단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컴퓨터(Human-Computer)이기 때문이다. 토탈리콜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체험형, 오감형이라는 컴퓨터 기술 보다는 ‘담화와 기억이란 무엇인가?’, ‘그것들의 구조란 무엇인가?’, ‘어떻게 기억을 외삽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하고 세밀한 정의를 만들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안정성과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 또한 까다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기억이라는 정보(data)를 세분화하고, 기억의 입출력에 관여되는 정서(emotion)를 표준화하고, 이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는 것은-아직 어느 곳에서도 시작도 안 했지만- 비교적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해,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인간적(Inter-Personal) 요소는 훨씬 더 예민할 것이다. 그런 진짜배기 인간 요소는 양자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가 아닌 고도의 인간경험을 모델링한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가능하다.


토탈리콜에서 ‘다시 자신이 되고 싶다(want to be myself)’라고 말하는 주인공 퀘이드에게, 일종의 예언가이자 도사인 쿠아도는 말한다.

너는 네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억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정된다.
You are what you do, A man is defined by his actions, not his memory.

토탈리콜 중 

토탈리콜에서 퀘이드는 원래 화성 이주민 정부의 스파이였던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기 보다 도덕적인 행동을 선택하며 이로써 화성 이주민들을 살리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결국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더 잘 행동해야 한다.

Juno
Author

한국표준협회 경쟁력향상센터 수석전문위원 nahojun@sod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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